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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9 16:29 수정 : 2007.02.19 16:29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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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경칩이다. 약 보름 간격으로 돌아가는 24절기 중 입춘이 지난 4일이었고 19일이 우수, 다음달 6일이 경칩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춘분이다.

‘꽃샘 입샘 추위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얘기도 있다지만, 눈과 얼음이 녹고 땅속 동물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니 봄이 아닌가. ‘우수’(雨水)가 바로 빗물이다. 눈이 비가 되면 봄비고 봄비 맞아 꿈틀거리는 것이 땅속 동물만이랴. 바람도 남풍으로 바뀌고 머지않아 향긋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한 절기를 5일씩 3후로 나눈 72후 가운데 우수 3후의 초후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중후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말후엔 풀과 나무에 싹이 트기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 양지바른 곳에는 온갖 풀들이 겨우내 추위에 말라비틀어진 끄터머리를 밀어올리며 푸릇한 속살들을 드러내고 있다. 곧 복숭아꽃이 피고, 산골에선 휘파람새가 울 것이다.

겨울이 짧아지고 추위도 한결 누그러진 게 좋기만 한건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지만, 온난화가 아니더라도 추위는 어느새 물러갈 때가 됐다.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데 ….” 변변한 옷도 집도 양식도 없이 몹시 추웠던 시절에 그 얘기는 드디어 또 혹한의 한 철을 견뎌냈구나, 하는 희망의 자기암시요 복음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대동강인가? 추운 북쪽의 강이라면 살수(청천강)에 압록강, 두만강도 있지 않은가. 모란봉 을밀대 능라도의 평양 때문이었을까.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조선땅 남쪽 끝에 사는 초동들도 ‘마침내 봄이 왔구나’를. 누구나 대동강물에 빗대 읊었던 세상속에서 자랐다는 게 중요하다. 대동강이나 평양은 상상에서나 존재하는, 가볼 수 없는 남의 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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