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1 17:10
수정 : 2007.02.21 17:10
|
정남기 논설위원
|
유레카
통계의 신뢰성은 사회과학의 오랜 논란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같은 사실을 놓고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통계는 사람들을 속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5일 외래진료 정액 본인 부담금 제도를 20년 만에 폐지하고 본인 부담금을 50% 가량 올렸다. 애초 취지와 달리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들이 더 혜택을 보는 ‘이상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이유다. 그 근거로 본인 부담금 비율이 1986년 47.1%에서 2005년 21.3%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통계의 마술을 보게 된다. 진료비가 1만원일 경우 본인 부담금이 3천원이라면 그 비율은 30%다. 그러나 진료비가 1만5천원이면 20%, 2만원이면 15%가 된다. 본인 부담금 비율이 낮아졌으니 환자들이 혜택을 봤을까? 진실은 이렇다. 의사들 몫인 진료비가 1만원에서 1만5천원, 2만원으로 늘었을 뿐이다.
유 장관은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제도’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의 논법은 이상하기 이를 데 없다. 의사 진료비를 올려 줄수록 환자가 더 혜택을 본다는 얘기가 돼 버린다. 실제 추이를 보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정액 부담금은 3천원 그대로였다. 그러나 평균 진료비는 8933원에서 1만4222원으로 59.2%나 올랐다. 본인 부담률은 33.6%에서 21%로 뚝 떨어졌다. 물론 정액 부담금을 올리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지나친 진료비 상승이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 진료비를 대폭 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대 수혜자는 의사다. 그런데 보험 재정을 뒤흔드는 문제아로 지목된 대상은 환자다. 세상에는 참 이상한 일들이 많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