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2 17:18
수정 : 2007.02.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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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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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태평양의 외딴섬 갈라파고스에는 ‘다윈핀치’란 작은 새들이 산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다 채집한 이 핀치는 진화론 탄생에 기여했다. 섬에 고립된 한 종의 핀치가 무려 13종으로 분화했다. 이들은 비슷한 몸집과 색깔을 지녔지만 사는 곳, 먹이, 짝짓기 시기 등에 따라 부리의 크기와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이들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진화생태학자 앤드루 헨드리는 갈라파고스 산타 크루스 섬의 핀치에게서 특이한 변화를 발견했다. 이 섬의 핀치는 1960년대 초만 해도 부리가 크거나 작았지 중간 크기는 없었다. 각각 큰 씨앗과 작은 씨앗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 다시 찾은 이 섬에서 중간 크기 부리가 판을 쳤다. 특히 마을 근처에 이들이 많았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새모이로 쌀을 주기 시작한 데 있었다. 중간 크기의 씨앗인 쌀을 늘 먹을 수 있게 되면서, 크고 작은 크기의 씨앗에 적응하느라 분화된 종들이 점점 중간 크기의 부리로 바뀌어 간 것이었다. 사람이 진화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버린 셈이다.
그런 예는 적지 않다. 아프리카 최대 호수 빅토리아호에 사는 민물고기 시클리드는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존재이다. 1만5천년이란 ‘짧은’ 기간에 한 종의 물고기가 무려 500여종으로 분화했다. 외래종인 나일농어가 이 가운데 200여종을 괴멸시키더니, 이번엔 ‘역진화’가 다양성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부영양화로 물이 탁해지면서 색깔 차이로 짝을 찾던 시클리드들의 잡종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남해로 흐르는 강물을 서해로 흘려보내자 오래 전 나뉘었던 왕종개와 참종개가 잡종을 이루고 있음이 드러났다.(?<한겨레> 1월15일치 참조) 진화의 원동력은 자연선택이다. 그러나 이제 ‘인간선택’이 자연을 바꾸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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