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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6 17:03 수정 : 2007.02.26 17:03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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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논쟁이 한창이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던 논쟁이,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쓴 이후 중대한 논쟁처럼 번졌다.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한마디씩 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날로 힘겨워져 가는 삶을 어렵사리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아니 ‘진보세력’이 실체나 있는 개념인가?

최근 번역되어 나온 책 가운데 영국 학자 로이 바스카가 쓴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이기홍 옮김, 후마니타스)이라는 책이 있다. 일부를 훑어본 바로는 비전문가로선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전문서적이다. 다만 ‘비판적 실재론’을 주장하는 바스카의 문제의식은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책의 원래 제목(Reclaiming Reality·실재를 다시 주장하기)에 담겨 있다. 이 말은 “실재에 대한 인간중심적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 “실재를 (인간과 겹쳐진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스카의 기본 주장은, 경험적으로 확인된 것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걸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경험과 관념에 대한 맹신을 동시에 경고하는 셈이다.

이를 ‘통속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이 경험한 현실만이 진짜라고 여겨서도, 자기 관념 속의 ‘진보’만이 진짜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활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겐 너무 한가한 이야기일까? 가장 적절한 대답은 책 맨 마지막에 준비되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안에서, 비판적 실재론은 언제나 그것의 행위주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이 없이는 사회주의적 해방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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