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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9 17:31 수정 : 2007.03.19 18:15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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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인도를 침략하고 아프리카와 중동을 유린했을 때 그것을 ‘영국전쟁’이라 기록한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전쟁’, ‘독일전쟁’이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태평양전쟁’이지 ‘일본전쟁’이 아니다. 약자에 대한 제국들의 침략전쟁 명칭엔 침략자의 이름이 없다. 냉전체제 이후 미국이 개입하거나 주도한 숱한 전쟁에도 ‘미국전쟁’이란 이름이 붙은 적이 없다. 아예 없거나 있어도 우리는 그런 작명법을 불온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미국을 공격한 적이 없는 베트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공격했을 때 그 전쟁을 왜 ‘베트남전쟁’이라고 불러야 할까. 베트남 내부의 요청을 개입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베트남 분단 자체가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 분할통치, 배신의 결과였음을 상기한다면 베트남전쟁은 ‘미국(프랑스 일본)의 베트남 침략전쟁’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모든 전쟁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한국전쟁’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그레나다, 파나마, 니카라과, 이라크 등에서 벌어진 그 많은 다른 전쟁들도. 모두 미국이 주도한 그 전쟁들을 후세 사가들은 아마 20~21세기 패권경쟁시대에 미국이 패권 유지와 확장을 위해 자행한 ‘미국의 전쟁’들로 기록할 것이다.

“한국전쟁은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이라크전쟁이 그러하듯이 실제로는 ‘미국의 전쟁’이자 세계전쟁이었고, 이 점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명칭도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전쟁과 사회> 김동춘)

4년 전(2003년 3월20일) 이라크에서 일방적으로 시작한 명분 없는 ‘미국의 전쟁’으로 죄없는 민간인 6만4천명이 죽고 나라가 결딴났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이 죽어나가는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 대다수에겐 전쟁비용과 3천명을 넘긴 미군 사망자를 빼면 남의 나라 얘기일 것이다. 우리도 거기에 가담하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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