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2 18:37
수정 : 2007.03.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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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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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한 부부가 모처럼 영국 런던으로 외국여행을 다녀왔다. 이 즐거운 여행이 지구에 남긴 짐은 얼마나 될까?
이들이 탄 비행기는 휘발유를 태워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1만m 상공에 내뿜었다. 두 사람 몫의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약 7t에 이른다. 이만한 양을 공기 속에서 다시 붙잡으려면, 산 1㏊에 어린 잣나무 3천 그루를 심은 뒤 평생 잘 돌봐야 한다. 이게 힘들다면 몰던 승용차를 차고 속에 1년 동안 붙잡아 두면 된다. 이마저 어렵다면, 개도국에 나무를 심거나 태양광 발전에 투자해 대신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탄소 상쇄’ 사업을 하는 단체에 돈을 내면 된다. 이 경우 약 8만원이 든다. 단, 이런 단체가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
지구 온난화가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되면서, 내년부터 당장 교토의정서의 의무 규정을 이행해야 하는 선진국에서는 탄소 배출량 삭감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모든 행동은 탄소배출 관점에서 재평가된다. 찰스 왕세자가 미국의 환경상을 받으러 갈 때도 ‘비행기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느니 차라리 가지 말라’는 여론이 들끓었을 정도다. 기업들은 재빨리 ‘탄소 발자국’을 들고 나왔다. 제품이 생산돼 폐기되기까지 들어간 탄소의 양을 포장지에 표기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영국 최대 슈퍼체인인 테스코는 최근 자사가 판매하는 상품 7만점에 가격표, 칼로리표와 함께 탄소 발자국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지구를 ‘식히는’ 환경실천은 쉽지 않다. 어느 대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집에서는 94%가 빈방의 불을 껐지만 사무실에선 66%만이 실천에 옮겼다. 컴퓨터 끄기와 필요한 만큼만 커피 물 끓이기도 집과 사무실에서 달랐다. 탄소 줄이기 열풍이 부는 영국에서의 얘기다. 이산화탄소 규제가 곧 닥칠 우리의 의식은 어디까지 왔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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