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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6 17:52 수정 : 2007.03.26 17:52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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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 기지 이전·확장 반대 촛불집회가 마지막으로 열렸다. 주민들이 이주를 결심함에 따라 2년6개월의 싸움을 마무리하는 집회였다. 참석자들은 비록 기약할 수 없지만 언제인가 땅을 되찾자고 다짐했다.

많은 이들은 애초부터 이 싸움이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봤을지 모르지만, 이런 무모해 보이는 일이 전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기지 반대 네트워크’(no-bases.net)가 주최하는 국제 회의가 열렸다. 외국군 기지 반대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한 모임이다. 외국군 기지는 곧 미군 기지나 마찬가지다.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따위의 나라가 외국에 군대를 두고 있으나, 외국 땅에 설치한 군 기지의 95%는 미군 소유다. 미국 공식 자료로는 130개 나라에 737곳이 있다지만, 실제론 1000곳을 넘는 걸로 추산한다.

회의가 열린 에콰도르에선 미군 기지가 지난해 대선 때 논란이 됐다. 이 나라는 1999년 서부 해안 도시 만타에 미군 기지 설치를 허용했다. 그런데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 기지가 이웃 콜롬비아의 반군 진압 지원용임이 드러나면서 반대 운동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2009년 기지 폐쇄를 약속했다. 그는 “미국이 마이애미에 군 기지 설치를 허용하면, 만타 기지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주의를 꼬집었다고 한다.

지난 2월 이탈리아 비센차에서도 10만명이 미군 기지 확장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저항은 계속된다. 기지 반대 운동가들은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 주민들이 4년여의 싸움 끝에 2003년 미 해군 폭격장을 폐쇄시킨 것 같은 성공 사례를 기억하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대추리 주민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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