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8 17:41
수정 : 2007.03.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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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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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1983년 영국에선 ‘내셔널 헤리티지 법’이 제정됐다. 이에 근거해 탄생한 것이 정부 자문기구인 ‘잉글리시 헤리티지’다. 이 재단은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국회에 사업계획 및 실적을 보고하지만, 운영은 전적으로 시민과 전문가가 맡는다. 역사적인 유적과 자연환경 등을 정부나 민간한테서 위탁받거나 매입해 관리하는 게 그 임무다. 그 목록엔 세계적인 거석문화 유적 스톤헨지 등 350여점이 포함돼 있다.
영국은 이전에도 역사적 유산과 환경을 보호하는 민간운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연원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여성 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 로버트 헌터 변호사, 하드윅 론슬리 목사는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역사적인 유적과 자연환경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내셔널 트러스트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는 유적 말고도 숲이나 농장, 황야, 고고학적 지형 등 미래 세대에게 의미 깊은 것들을 매입하거나 위탁받아 관리했다. 현재 2만4000㏊의 임야와 약 1000㎞의 해변, 200여 역사적 유적을 관리한다. 유적지 입장 수입이나 회원 회비, 후원자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초반부터 이런 운동이 펼쳐졌다. 광주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대표적이다. 현재 19곳에서 자연환경 보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전국적 차원에서는 200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출범해,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마을 등을 매입·관리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잉글리시 헤리티지를 본보기로 한 반관반민 기구 두 곳이 발족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재단과 자연환경국민신탁재단이 그것이다. 두 재단은 앞으로 정부 지원과 시민·기업의 후원을 받아 역사적 유적과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게 된다.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작은 출발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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