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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1 17:35 수정 : 2007.04.01 17:35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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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특히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제창한 이래 자유무역은 분명 지구촌 제일의 국부론이 됐으나, 그 대안도 그만큼 무성하다. 관세 등에 의지하는 전통적 보호무역뿐만 아니라, 교역 과정에서 흑자국이 적자국의 수지를 자동적으로 보전하자는 ‘균형 무역’, 국경을 넘는 단기 투기자본을 겨냥한 ‘토빈세’도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상품과 노동에 대해 본질적 가치를 지급하자는 ‘공정 무역’이 부상하고 있다. 공정 무역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노동·환경기준 등을 설정해, 이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무역정의 운동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커피를 환경기준 등에 맞게 재배하면, 소비자들은 재배농의 생계를 보장하는 가격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공정 무역’ 인증이 붙은 이런 커피들은 한국에서도 공정 무역 운동의 상징으로 판매되고 있다. 2005년 현재, 공정무역 규모는 11억유로(약 1조2550억원)로, 전년보다 37%나 성장했다. 이는 비록 세계 상품 무역 규모의 1%도 안 되나,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상품별로 0.5%에서 5%까지 차지한다.

18세기 영국의 자유무역론 본질을 간파한 독일의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보호관세 등을 통해 … 경제력을 키운 나라 입장에서는 그 경제력에 오른 사다리를 걷어차고, 옛날에는 잘못된 길에서 방황했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진리를 발견했다고 떠들어대며 자유무역의 이익을 설파하는 것만큼 현명한 일은 없다”고 비꼬았다. 선진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사다리를 걷어찼으나, 최근 개도국들은 세계화의 환상으로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어도, 한국은 자유무역을 제어하는 사다리마저 걷어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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