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29 18:27
수정 : 2007.04.30 14:08
유레카
뜻을 헤아릴 수 없을 때 쓰는 ‘불가사의’란 말이 있다. 1 다음에 0이 64개 붙어 있는 수(10의 64제곱)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 수의 만 배(10의 68 제곱)가 ‘무량대수’다. 현대 과학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 개수가 10의 80제곱 개로 추정된다고 하니, 1 뒤에 붙는 0의 개수만으로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숫자들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분명히 큰 수인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구골(googol)이란 영어 단어가 있다. 1940년대 미국 수학자인 에드워드 캐스너가 〈수학과 상상〉이란 책에서 처음 썼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서 이 숫자에 매료된 래리 페이지는 훗날 인터넷 검색업체를 창업할 때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 단어를 쓰려고 했다. 그러나 철자를 헷갈리는 바람에 기억 속의 단어 구골은 구글이 됐다.
한국을 포함해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구글은 이미 인터넷 세상을 평정했다. 최근 인터넷 방문자 수(3월 기준)와 상표가치 순위에서 만년 1위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제쳤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은근히 빗대 우린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구글이 요즘 시험을 받고 있다. 구글은 개인용 컴퓨터에 스파이웨어를 뿌려, 이용자 구매습관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광고와 연계시키는 ‘더블클릭’이란 업체를 3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경쟁업체들은 시장독점을 이유로 구글을 몰아붙이고 있다. 업체들의 선봉엔 반독점 소송 수비 단골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서 있다. 결국 “비즈니스엔 악한 것과 악하지 않은 척하는 것밖에 없다”는,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전문가 말대로 될지 지켜볼 일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다음달 30일 방한한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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