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9 17:51
수정 : 2007.05.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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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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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요즘 쓴소리를 많이 하는 최장집 교수가 과도한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발표한 ‘한국 민족주의의 특성’이라는 글에서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가 정치를 이데올로기화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며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했다고 한다. 민족주의의 폐쇄성이나 국수주의 경향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동안도 꾸준히 나왔지만, 최 교수의 영향력이나 비중을 생각할 때 파장은 적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교육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대 교육의 시작은 외세에 맞서 민족 의식을 고취시키는 독립운동의 하나였다. 이런 민족 교육 산실의 한 곳인 오산학교가 15일이면 개교 100돌을 맞는다.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이승훈 선생은 1907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걱정해 평안북도 정주에 이 학교를 세웠다. 서울이나 평양 같은 큰 도시 학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학교였다. 개교한 지 10여년이 지난 20년대 초에도, 학생들이 책상과 걸상이 없이 마룻바닥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작은 마을에 수백명이 몰려든 탓에 숙소도 형편없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런 어려움과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인재를 길러냈다. 시인 김소월, 사상가 함석헌, 화가 이중섭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들이다.
오산학교에서 가르친 민족의식은 폐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경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족의식’은 사실 ‘민중의 각성’과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1883년 원산항으로 쏟아져 들어온 일본 상인들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 민중들이 힘을 합쳐 만든 첫번째 신교육 기관인 원산학교 이래로 이어져온 한줄기의 흐름이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세부적으로는 여러가지 갈래로 나뉘지만, 이제는 차이와 상관없이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듯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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