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0 18:35
수정 : 2007.05.10 19:53
|
함석진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유레카
인류가 손에 들고 다니는 이동전화 단말기라는 개념을 처음 구현한 해는 1973년이다. 첫 시험 기지국은 뉴욕의 50층짜리 빌딩에 두었다. 기지국엔 유선전화 번호가 몇 개가 연결됐다. 모토롤라 연구소 마틴 쿠퍼 박사는 단말기의 첫단추를 눌렀다. 그의 경쟁상대였던 벨연구소의 조엘 엥걸 리서치센터장에게 거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는 ‘굴욕’을 당한 벨연구소는 재미있게도 유선전화 첫 상용화(전화를 발명해 처음 특허를 낸 사람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메우치)에 성공한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이었다. 첫 통화 이후 10년 동안 다시 1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간 뒤, 1983년 ‘다이나택 8000X’란 이름으로 탄생한 물건이 첫 상용 이동전화 단말기다. 쿠퍼 박사는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이 선이 없는 전화기를 편하게 들고 다니며 다른 우주선과 통화를 하는 장면을 보고 연구를 결심했다고 한다. 결국 ‘편리한 소통’이란 명제가 그의 상상력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요즘 이동전화 단말기는 만능기기가 됐다. 카메라에다 엠피3 기능에 인터넷은 기본이고 영화도 볼 수 있다. 또 작아지고 얇아졌다. 한 업체는 본체 두께를 0.9㎜ 줄인 6.0㎜ 제품을 만들고도 5㎜대 제품이라는 말을 얻고자 광택 코팅까지 없애 0.1㎜를 줄였다고 한다. 다이나택은 길이 30㎝, 두께 9㎝였다.
얼마 전 정보통신부가 장애인을 위한 보급용 정보통신 기기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한 손만으로 불편 없이 자판을 칠 수 있도록 자판을 배열한 글자판, 입으로 조작 가능한 마우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동통신 단말기 관련 제품들은 없었다. 업체들은 두께 1㎜ 줄여 돈 벌려는 열정을, 돈 안 되는 사람들에게 1㎜ 다가서는 노력에 나눌 수는 없을까? 많은 이들에겐 아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단순한 소통조차 절실하다.
함석진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