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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18:40 수정 : 2007.05.31 18:4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유레카

자동차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디터 체체 회장은 ‘생태 정신분열증’이란 말을 만들었다. 정치가, 언론인, 돈 많은 소비자 등 유력인사들이 입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고성능의 큰 차만 선호하는 풍조를 빗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료 3ℓ로 100㎞를 달려 ‘3리터 루포’란 애칭을 얻었던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루포는 2005년 생산이 중단됐다. 찾는 이가 없어서다. 그 대신 이 회사는 1001마력을 자랑하는 초고성능 엔진을 단 부가티 페이론을 내놨다. 루포보다 탄산가스는 많이 내보내지만 어쩌랴, 소비자는 그보다 16배나 강력한 파워에 끌린다.

루포는 1.2ℓ 배기량의 3기통 디젤 터보엔진을 달았다. 연비를 높이고자 갖은 기술이 동원됐다. 자동으로 변속되는 독특한 5단 수동 변속기에다 4초 이상 서면 저절로 엔진이 꺼지게 돼 있다. 에어컨, 파워핸들 등 액세서리는 애초에 없다. 환경운동가들에게 생색을 내려고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 만큼 승차감도 별로였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존 기술로도 초저연비를 달성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요즘 친환경 자동차의 대표주자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휘발유 1ℓ로 24㎞를 간다. 8억달러를 들인 첨단 연료겸용(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했는데도 루포보다 연비가 떨어진다. 배터리와 각종 액세서리를 다느라 차가 무거워져서다. 게다가 요즘 연료겸용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연료효율을 높이기보다 강력한 힘을 얻으려 하이브리드 엔진을 다는 차종이 늘고 있다. 도요타의 연료겸용 스포츠실용차(SUV) 하이랜더의 연비는 프리우스의 절반이다.

최근 환경부의 기후변화 국민 의식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 열에 아홉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스포츠 실용차는 불티나게 팔리고, 소형차는 보기도 어렵다. ‘생태 정신분열’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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