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7 18:35
수정 : 2007.06.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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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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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집단지성이란 말의 느낌은 지적이다. 집단이라는 혼란스런 단어를 만나고도 지성은 여전히 합리적이고 절제된 단정함을 풍긴다. ‘인터넷 아고라’에서 무수한 ‘개별’이, 참여하고 소통하고 걸러내면서 ‘보편’을 만들어가는 ‘지적 과정’을 일컫는다. 그 결과물은 똑똑한 한 개인의 그것보다 낫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렸다.
영어권에서 두 이질적인 단어가 만나 형성한 이 독특한 개념의 출발은 재미있게도 개미였다. 1911년 곤충학자인 윌리엄 휠러 교수는, 개미집단이 하나의 머리를 가진 커다란 한 마리의 짐승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가 만들어낸 ‘슈퍼생물체’란 개념은, 이후 ‘세계 뇌’(H.G.웰스), ‘똑똑한 군중’(하워드 레인골드)을 거쳐, 1994년 피에르 레비가 출간한 책 〈집단지성〉으로 모아졌다. 그는 “인류가 낳은 가장 강력한 소통체계”인 인터넷에서 개인들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지적체계를 낳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후 집단지성에 뿌리를 둔 구글, 위키피디아, 디그닷컴 등 많은 사이트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국에는 ‘지식인’과 ‘인기검색어’를 앞세운 네이버가 있다.
레비의 예견은 증명된 걸까? 구글은 이미 허위링크 걸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색순위를 조작하는 무차별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지식검색류는 많은 기업들의 ‘자문자답 마케팅’으로 오염된 지 오래다. 실시간 인기검색 순위는 차라리 순간 ‘집단 테러’에 가깝다. 지난 5일 오후에도 한 유명 연예인 구속과 최근 폭행혐의로 구속된 한 재벌 회장 이름이 갑자기 네이버 인기검색 1, 2위에 올랐다. 모두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 얘기였다. 몇몇 언론사는 굳이 안 써도 될 “구속?, 억울” 기사를 내보냈다. 그 ‘미끼’는 ‘집단클릭’을 부르고, 업체들은 돈을 번다. 이렇게 지적으로 황량한 웹 생태계 속에서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함석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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