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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3 17:55 수정 : 2007.06.13 17:55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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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미국 정부는 남아있는 세계 석유 매장량이 10년분 정도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25년 뒤인 1939년에는 13년, 1955년에는 다시 35년 분량이 남았다고 예측했다. 석유는 고갈되지 않았다. 오히려 매장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 새 유전이 발견되고, 한 유전에서도 채굴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제학자 스탠리 제번스는 1865년 “머지 않아 영국의 석탄이 고갈돼 전체 산업이 마비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도 석탄 매장량은 200년이나 쓸 수 있는 규모다. 1973년 47년분이었던 천연가스 매장량은 99년 60년분으로 늘어났다.

덴마크의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는 98년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이런 사실을 들어 환경론자들의 에너지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거듭된 경고에도 석유는 고갈되지 않았고, 석유 가격도 100여년 동안 배럴당 10~20달러(2000년 불변가격 기준)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 주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자키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석기시대가 종말을 맞은 것은 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석유 시대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그건 석유 부족 때문은 아닐 것이다.” 석유 고갈 이전에 더 좋은 에너지원이 나와 석유를 대체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사하라 사막 면적의 3%에만 태양전지를 설치해도 온세계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문제는 생산 비용이다.

석유 위기론이 여러 차례 빗나갔지만 이를 비판한 비외른 롬보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했다. 당시 15달러 안팎이던 국제 원유가격이 벌써 70달러에 육박한다. 인구 20억명의 중국과 인도의 변화를 예견하는 것은 그에게도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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