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7 17:44
수정 : 2007.06.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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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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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영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동조합은 아서 스카길이 이끄는 탄광노조였다. 1974년 노조 개혁을 시도하던 보수당 정권을 붕괴시킬 정도였다. 스카길의 탄광노조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다.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1984년부터 1년 넘게 지속된 탄광노조 파업의 실패는 영국 노동계에 치명상을 입혔고 보수당 장기집권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줬다.
탄광노조 파업이 실패한 것은 대처의 강경 노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탄광노조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스카길은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찬반투표 규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노동자 계층의 노동당 지지율 자체가 74년의 64%에서 83년 49%로 뚝 떨어진 상태였다. 또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파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조합원 17만명 중 5만명이 초기부터 대열을 이탈했다. 보수당 정부에는 찬반투표 없는 불법파업이란 공격의 빌미를 마련해줬다. 정부 위에 군림했던 탄광노조의 실패는 결국 좌파 노동운동의 몰락을 가져왔다.
14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명분으로 25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28일부터는 전체 파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저조한 파업 참가율로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찬반투표 없이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까닭이다. 일선 노조 지부들은 사정이 여의치 않자 반에프티에이 파업을 임금·단체협상 투쟁으로 변질시켰다. 불법 정치파업이란 비난을 피하고 조합원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고육지책이다. 현대차 노조는 더욱 한심하다. 파업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고 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부분파업을 다시 취소했다. 명분도, 목표도, 조합원들의 지지도 불투명한 이런 파업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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