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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8:01 수정 : 2007.07.18 18:01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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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정치적 통합 작업에 바쁘다. 좌절된 ‘유럽 헌법’을 ‘개정 조약’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리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회원국 정상들이 어렵사리 합의함에 따라 2009년 발효를 목표로 한 조약안 구체화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이 조약이 순탄하게 확정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 2005년 유럽 헌법안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국민투표로 부결됐던 것을 기억하는 각국 정상들은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일을 마무리할 궁리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개정 조약 관련 업무에서 핵심을 담당했던 줄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내무 장관이 각국 정상들을 곤경에 빠뜨릴 말을 했다. 지난 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각국 정상들이 조약의 본문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면, 의회에 가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전형적인 유럽연합 조약이죠. 새로울 게 없으니 국민투표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내용을 알면 국민투표를 요구할까봐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 한다는 말이다. 이 발언 내용은 ‘오픈유럽’이라는 영국의 두뇌집단이 녹음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는 2005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쓴 글에서 유럽 헌법안이 ‘유럽연합 시민권’ 개념을 결여하고 있다며 “시민 없는 시민 공동체, 국가 없는 국가 건설”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새 조약은 자칫 ‘시민 없는 헌법’이 될 판이다.

그제 제헌절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문제를 다시 거론했고, 일부 보수 인사들은 헌법의 수난을 개탄했다. 하지만 헌법이 대중의 관심사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시민이 배제된 개헌 논의’를 막을 만큼의 관심은 필요할 것 같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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