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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30 17:40 수정 : 2007.07.30 17:40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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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소리에도 눈물이 멈춰지질 않았어요. 어떤 때는 7~8시간이나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했죠.”(김상경, ‘민우’ 역)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는 역을 하다가,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죠.”(이요원, ‘신애’ 역) ‘화려한 휴가’가 메마른 시대에 소나기처럼 눈물을 몰고 왔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지독한 슬픔을 그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예상 밖이다. 가수 아이비는 “평생 이렇게 눈물 흘리며 본 영화는 없었어요”라고 했다.

눈물은 감정의 토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 헨리 모슬리는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이라고 했다.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는 치유의 비밀을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을 말끔히 씻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테콜라민은 상실·억압·차별·긴장 등으로 몸속에 생성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것이 몸에 쌓이면 만성위염 등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고,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관상동맥 협착,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실컷 울고 난 뒤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건 눈물의 청소효과 탓이다. 눈물은 류머티즘의 원인물질 인터로킨-6도 감소시킨다.

그래서 눈물은 건강과 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월 5.3회 눈물을 흘린다는 미국 여성은 월 1.4회만 운다는 미국 남성보다 평균 5년쯤 더 산다. 그래서 구미에선 울음요법이 성행하고 있다. 명상센터 오쇼 아쉬람의 울음 프로그램은 널리 알려졌며, 심리치료사들은 울음으로 오래 된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라이멀 요법을 개발했다. 우리의 전통 해원상생굿도 눈물요법과 그 원리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울음도 잘 울어야 효과가 있다. 계산된 눈물은 별 볼 일 없다. 그야말로 북바치는 감정에 목놓아 울 때 효과가 있다. 어줍잖게 따지지 말고, 슬프면 그저 우는 게 약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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