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0 17:47
수정 : 2007.08.20 17:47
유레카
경원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철원에서 금강산 전철로 갈아탄다. 내금강역에 내린다. “달빛 차갑게 넘실거리는 역 광장을 나서니, 심산의 밤이라 바람은 세찬데, 별안간 계간을 흐르는 물소리가 정신을 빼앗을듯 소란”하다. 장안사로 가는 길에는 “산과 산들이 병풍처럼 사방에 우쭐우쭐 둘러선다.” 정비석이 <산정무한>에서 그린 풍광이다.
올해부터 열린 금강산의 속살 내금강 관광길을 정비석처럼 전철을 타고 갈 수는 없을까. ‘철의 삼각지 전투’가 가리키듯 군사적 대치의 최전선인 철원 평강지역에 전철이 다시 달린다면, 금강산 관광은 이제 단순히 남북교류를 넘어 ‘금강처럼 단단한’ 한반도 평화의 한 상징이 될 것이다. 철원군의회는 지난 14일 금강산 전철과 경원선 철도의 조기 복원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채택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금강산 전철은 1926년부터 철원~내금강을 하루 여덟 차례 운행하며 철원의 경제를 떠받쳤다고 한다.
철원은 또한 1914년 개통된 경원선의 물류거점이었다. 한반도를 종축으로 달리는 경부선과 경의선 철도를 놓은 일제는 남서와 동북을 잇는 경원선, 호남선, 함경선을 잇달아 건설한다. 경원선은 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건설돼 험준한 지형장애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도로가 없는데다 철령산지를 넘어야 했으므로 공정은 매우 힘들었다. 경술국치 직후라 의병의 습격도 잦았다고 한다.(철도청 <해방이전의 철도역사>)
용산역에서 출발한 경원선은 신탄리에서 끊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땅 평강까지 끊어진 31킬로미터만 복원하면, 경원선은 원산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단숨에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된다. 박천홍씨의 표현을 훔친다면 ‘매혹의 질주, 대륙의 횡단’이다.
현재 신탄리에서 철원읍 대마리까지 복원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철마는 더 달리고 싶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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