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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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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구는 10만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해 왔다. 심할 때는 적도가 빙하로 뒤덮인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끝난 빙하기는 1만년 전이다. 인류 역사는 간빙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간빙기 중에서도 지금처럼 온화한 기후를 보이는 시기는 1만~2만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몇천년 뒤 빙하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간빙기에 비정상적인 혹한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16~17세기 유럽을 덮쳤던 소빙하기가 그런 경우다. 당시 유럽은 여름 기온이 섭씨 7도를 넘지 못하고 수시로 비와 우박이 쏟아지는 기상이변이 계속됐다. 여름에 눈이 내리고 강과 운하가 얼어붙는가 하면 바다 곳곳에 빙하가 떠돌았다.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소빙하기 중세 유럽에선 마녀들이 날씨를 조종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교황청이 호응하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역사가 볼프강 베링거는 마녀사냥이 절정을 이뤘던 16세기 말부터 17세기 말이 최악의 혹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기원 541년에는 기상이변으로 들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페스트가 동로마제국을 휩쓸었다. 들쥐에 기생하던 벼룩이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병균을 퍼뜨린 것이다.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인구가 50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는 동로마제국 멸망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 열대성 소나기와 높은 습도가 동남아를 연상시킨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추운 빙하기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22일은 에너지시민연대가 제정한 제4회 에너지의 날이었다. 지구 온난화가 기상이변과 생태계 변화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사회적 혼란과 갈등, 전쟁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보자.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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