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유레카
장마에 뒤이은 오랜 비와 폭염으로 올 여름은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남부 내륙은 더 심하다. 경남 합천에서 올 여름 최고기온이 섭씨 36도를 넘어선 날이 엿새나 된다. 체온에 가까운 온도다. 기온은 그늘지고 바람이 약간 부는 백엽상에서 잰다는 점을 고려하면, 햇볕이 내려쬐는 곳의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어설 것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고기온은 1942년 8월1일 대구의 섭씨 40도였다. 물론 온도 못지않게 습도도 중요하다. 습도 85%, 온도 34도일 때의 열사병 위험도는 습도 40%, 온도 40도일 때보다 훨씬 높다. 지역 차이도 있다. 열파로 말미암은 사망자 증가는 서울에서 30∼32도부터 나오지만 대구에선 35∼38도가 돼야 시작된다. 더위에 익숙한 이들이 잘 견딘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견딜 더위에는 한계가 있다. 기온이 25도일 때 몸에서 생산하는 열과 밖으로 내보내는 열이 비슷하다고 한다. 체온조절이 가장 쉬운, 그래서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열 과잉이나 부족 상태에 빠져 신체기능이 흔들린다. 인간은 체온변화에 민감하다. 체온이 1도만 높아져도 의학적으로 ‘열이 나는’ 상태가 된다. 혈관을 확장시켜 피를 살갗 쪽으로 보내고, 땀을 흘려 피부를 식힌다. 머리의 공기층이 단열작용을 하는 것을 막느라 미소근육을 조절해 머리카락이 눕는 현상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체온이 40도가 넘으면 뇌가 이상을 일으켜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반대로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떨리기 시작한다. 근육을 움직여 열을 내려는 자구책이다. 33도가 되면 졸리고 더는 떨지도 않게 되며 32도면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결국 우리가 사는 환경의 온도는 한 해 사이에 50∼60도까지 변하지만, 우리 몸은 10도 안쪽의 변화밖에 감당하지 못한다. 항온동물인 인간의 한계다.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