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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7 17:43 수정 : 2007.08.27 17:43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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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선 주인에게 충성을 다 바치고, 죽어선 살 한 점까지 사람에게 바치는 동물이 개다. 그런 개를, 사람 도리 못하는 자들을 욕할 때 항상 들먹이고 있으니 개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강령탈춤’은 개의 덕목을 빌려 겉다르고 속다른 인간 양반을 비꼬고 있으니, 복날을 무사히 넘긴 개들은 한숨 돌리며 위안을 삼을 만하고, 개만도 못한 인간들은 자성의 거울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양반과장’에서 진한이 취발이에게 이르는 말이다. “들어 보거라. 개에게도 오륜이 있으니, 모색이 상사(毛色相似·털색이 서로 비슷하다)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지주불폐(知主不吠·주인을 알아 보고는 짖지 않는다)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요, 일폐중폐(一吠衆吠·개 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개가 모두 짖어댄다)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잉후원부(孕後遠夫·새끼를 배면 절대로 수캐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소불대적(小不大敵·작은 놈이 큰 놈에게 덤비지 않는다)하니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풍자와 재담의 보물창고인 탈춤 대사 중에서도 압권인 대사로, 오늘의 세태를 풍자하는 바 적지않다. 출세를 위해 배반을 예사로 하며, 각종 투기(본인은 투자라고 주장)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성실성 등 인간적 가치보다는 싸워서 이기는 법에 익숙하고, 제 자식 챙기려 위장전입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우대받으니 말이다.

하물며 세계경제의 적으로 꼽히는 투기꾼들에게도 법도는 있는 법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자본주의의 악마’ ‘아시아인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로 비난했던 조지 소로스는 소득의 절반은 자선사업에 쓰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술, 담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특히 이들은 돈과 권력을 함께 쥐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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