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8.29 17:46 수정 : 2007.08.29 17:56

신기섭 논설위원

유레카

인터넷을 통해 대중이 의견을 즉각적으로 표출하고 일정한 힘도 발휘하면서, 대중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경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지만, 요즘엔 악성 댓글이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힘을 얻는 듯하다. “대중은 정말 선한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만하다.

헝가리 학자인 가스파르 미클로시 터마시는 캐나다 학술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 2006년호에 쓴 글 ‘계급에 얽힌 진실 말하기’에서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을 비교한다.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와 독일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의 시각이 그 둘이다.

루소는 이 질문에 ‘그렇다, 선하다’고 말함으로써 2000년 이상 이어진 서양 철학 흐름을 뒤집었다. 그 이전엔 대중이 어리석음과 동의어로 여겨지다시피 했지만, 루소에겐 지식인이나 지배집단보다 우월하고 선한 집단이다. 그래서 대중을 해방시키고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루소 이후 거의 모든 사회주의자는 루소의 후예라고 터마시는 말한다. 특히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쓴 에머슨 파머 톰슨과 <거대한 변환>을 쓴 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대표적인 그의 후예다.

마르크스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그에게 대중(노동계급)은 보존해야 할 선한 집단이 아니라 없어져야 할 집단이다. 노동자는 자본의 구조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자신을 없앰으로써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진짜 마르크스의 후예는 아주 드물다고 터마시는 지적한다.

대중이 선한지 아니면 폐기되어야 할 노동계급의 다른 이름인지 답을 내긴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고 구체적으로 따져볼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이기도 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