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03 17:45
수정 : 2007.09.03 17:45
유레카
“인생은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과 같다.” 내일로 10주기를 맞는 테레사(1910~1997) 수녀가 숨을 거둘 때 한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표현도 다르지 않다.
테레사와 루미의 여인숙이 ‘지금 여기’의 여인숙과 같지는 않지만, 세상 모든 숙박업소는 서로 닮았다. 떠나기 위해 머무는 모순적 공간이며 집시의 시간 같은 것. 큰길 가에는 가슴에 별 다섯짜리 훈장을 단 호텔과 장급 여관, 모텔이 빗살처럼 늘어섰지만, 모퉁이를 돌아 후미진 곳 낡은 여인숙 백열등 외등 아래, 길손의 삶과 꿈은 짙은 그림자로 일렁인다. 그 한없이 낮음으로 인생은 여인숙처럼 비천하고 힘겹고, 그 정처 없음으로 인생은 늘 낯선 곳이며, 모든 것을 지나쳐 온 시간은 하룻밤처럼 짧다. 돌이켜 보면, 옛 역전에는 여인숙들이 골목마다 빠끔히 간판을 내밀고, 외등을 윙크하듯 깜빡거리며 낯선 곳의 하룻밤을 권유했다.
시인은 상징성이 빛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놓치지 않는다. “호텔이나 모텔들이 홍등을 들이고, 간판의 불을 끄는 새벽, 잠에 떨어진 주인 몰래 여인숙 간판이 홀로 빛”난다고 특징을 일별하고(이경교), “방안 곳곳 낙서처럼 살다간/ 사람들 머리카락 몇 줄”이라고 풍경을 그리거나(김경주), “제일 아픈 건 나였어 그래? 그랬니, 아팠겠구나/ 누군가 꿈꾸고 간 베개에 기대 꿈을 꾼다”며 베개를 통해 고통스럽고 남루한 생애를 읽는다.(허수경)
테레사 수녀는 ‘신은 과연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온화한 웃음 뒤에 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감추고 있었다니 …. 그러나 그 고통스런 고민이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산 그의 생애를 지우지는 못한다. 하늘로 돌아가는 순간,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 같은 그의 삶은 뭇별들보다도 빛났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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