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1 17:53
수정 : 2007.09.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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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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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밀 메시지를 전할 때 전령사를 삭발시킨 뒤머리에 글을 쓰고 머리카락이 자란 뒤 사람을 보냈다. 중국에선 서신을 밀랍에 싸서 삼키게 했다.
체계적인 군사 암호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로마의 시저였다. 알파벳이 새겨진 두 개의 동심원을 사용했다. 암호의 열쇠가 3이면 안쪽 동심원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글자 돌린다. 그러면 바깥쪽 A는 안쪽의 D로, B는 E에 맞춰진다. 철자를 하나씩 다른 것으로 바꾸는 사이퍼 방식이다. 단어 등을 통째로 대체하는 코드 방식과 대별된다. 그러나 이는 이슬람 학자들의 빈도분석법에 무너졌다. 영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철자는 e, t, a, o의 순서라 쉽게 해독이 가능하다.
암호 기술은 중세에 크게 발전한다. 교황청 대사들은 바티칸과 교신할 때 황제가 알 수 없도록 암호를 썼다. 교황청은 이 때문에 코드집과 암호국까지 만들었다. 16세기엔 빈도분석을 피하고자 자주 쓰는 철자를 여러 글자로 표시하는 그레이트 사이퍼가 개발됐다. a, b, c …로 각각 시작하는 26개의 알파벳 행을 만든 다음 열쇳말에 따라 해당 열과 행에서 대체 철자를 찾아내는 비즈네르 사이퍼도 등장했다. 이는 300년 뒤에야 프러시아 장교에 의해 해독된다.
현대에 들어서 열쇳말 무작위 추출을 위해 난수표와 기계식 암호장치 에니그마 등이 개발됐지만 결국 해독됐다. 컴퓨터가 일반화하면서 암호는 숫자화됐고, 요즘은 서로 다른 열쇠를 동시에 사용하는 비대칭키 방식의 암호까지 출현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비밀스런 전자우편을 100여통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출국 전 전자우편을 삭제했으나 검찰은 이를 복원해냈다. 아무리 복잡한 암호도 풀리기 마련이다. 하드디스크를 부수지 않는 한 전자우편은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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