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1 19:10
수정 : 2007.10.01 19:10
유레카
미얀마(버마)의 승복을 사프란이라 부른다. 샛노란 향신료 사프란과 달리 실제 승복은 핏빛에 가깝다. 군복은 녹색이다. 환자의 피와 수술복의 대비만큼이나 선명하다. 미얀마에는 40만~50만 명의 승려가 있다. 45년 군사정권을 떠받쳐 온 군대는 승려 수와 비슷한 40만 명이다.
미얀마 승려의 수행법은 위파사나다. 화두선 위주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확산되는 남방불교의 수행법이다.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해 깨달음을 얻는다. 수행법 만큼이나 북방불교와 구별되는 미얀마 불교의 특징이 바로 탁발이다. 북방불교는 추운 겨울을 날 재산이 필요했지만, 더운 남방불교는 하루치 양식만 탁발해 먹고 나면 곧 쉬어버리기 때문에, 음식을 더 저장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석가모니는 바리때를 들고 저잣거리에 나가 한 집씩 돌며 탁발을 했다. 공양을 마치고는 “수보리야, 나는 이렇게 들었다”며 설법을 시작했다. 큰스님이 깨달음을 전하는 일을 가사와 바리때(의발)를 물려준다고 한다. 석가모니 이래 2500년 전통인 탁발과 시주는 지금도 미얀마 곳곳에서 날마다 이어진다.
군부가 비폭력 시위대에 총을 쐈다. ‘훈장 단 군복들’은 ‘남루한 군복들’에게 명령했다, ‘핏빛 승복들’을 진짜 피로 물들이도록. ‘승복’은 바리때를 엎으며 ‘군복’의 시주를 강력히 거부했다. 승려와 대중을 잇는 탁발의 깊고 오랜 유대를 끊은 것이다. ‘총을 쏜 군복’은 카르마(업)의 무거운 짐을 진다. 거의 대부분의 미얀마 남자들은 일정 기간 승려나 초심자 과정을 거친다. 병사들의 가족 중에도 대부분 승려가 있다. 군복을 입었지만 그 속에 태생적으로 승복을 입고 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군복과 승복이 맞선다. 군복을 입은 진압군은 ‘자신 속의 승복’과도 힘겹게 맞서야 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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