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2 18:12
수정 : 2007.10.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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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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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년 전 영국 런던의 소규모 음반회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발칸, 이베리아 반도, 지중해 연안 등지의 여러 나라와 겨레의 대중음악 음반을 전시하고 판매할 코너와 상점을 마련했는데, 이 ‘잡다한’ 노래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록이나 재즈 팝 등 기존의 주류 음악과는 구별되어야 했고, 손님의 시선을 끌 수도 있어야 했다. 이 모임에서 탄생한 말이 ‘월드뮤직’이다.
탄생 배경은 지극히 상업적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주류 음악 장르에 식상했던 음악 애호가나, 표현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주류 뮤지션들은 이 음악에 매료됐다. 10년 뒤 프랑스 파리에선 월드뮤직을 새롭게 정의하고, 더 좋은 용어를 찾으려는 모임이 열렸다. 하지만 형식과 사운드, 정서가 제각각인 음악을 하나의 말로 아우른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 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조건만 열거했다. △영미 팝 음악의 어법이 아닌 음악 △팝이나 록의 변종이 아닌 음악 △인위적으로 보존된 전통음악이 아닌 음악 등이 그것이다. 간추리면, 전통음악을 서구 대중음악의 어법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만든 음악이 될 것이다.
월드뮤직은 구구각색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억눌리고 소외되고 내쫓긴 이들이 일구었기에 이들의 원망과 염원, 꿈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의 렘베티카, 포르투갈의 파두, 아르헨티나의 탱고, 스페인 집시의 플라멩코, 동유럽 유대인의 클래즈머, 쿠바의 손 맘보, 브라질의 보사노바 삼바, 안데스의 인디오 음악, 멕시코의 볼레로, 인도네시아의 가믈란 등이 그렇다.
풍부한 음악적 자산에도 우리는 월드뮤직 리스트에 브랜드 하나 올리지 못했다. 서구의 대중음악을 모방만 해온 탓이다. 내일부터 ‘원 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게으름과 타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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