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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3 17:55 수정 : 2007.10.03 17:55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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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지폐는 북송시대인 10세기 후반 사천에서 발행된 ‘교자’(交子)였다. 상인들이 동전이나 철전의 예탁증서로 발행해 통용시켰으나 나중에 나라가 직접 관장했다. 교자는 금나라와 원나라를 거치면서 ‘교초’라는 지폐로 발전했다.

그러나 원나라 초기만 해도 비단과 은이 주요 화폐였고, 교초는 제대로 유통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지폐 시대가 열린 것은 1287년 세조 쿠빌라이가 ‘지원통행보초’를 발행해 유라시아 전역에 유통시키면서부터다. 지원통행보초는 은을 나라에 강제로 보관하도록 하는 대신 은 1냥을 교초 10관으로 정해 유통시킨 태환화폐였다. ‘위조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문구도 새겨넣었다. 그 덕분에 대량의 동전 주조비용이 절약되면서 정부 재정이 좋아졌고 상거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원나라가 지폐를 관리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위조지폐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 재정이 어려울 때마다 교초를 남발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했다.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교초의 액면가를 높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화폐가치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교초는 은으로 교환할 수 없는 명목상의 화폐로 전락했고, 교초를 운반하는 배와 수레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통화가 팽창했다. 결국 14세기 초 원나라의 화폐체계가 붕괴되면서 교역은 다시 원시적인 물물교환 형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실상 세계 최초의 인플레이션이었다.

70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값싼 상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을 억눌러 왔던 중국에서 밀려드는 투자자본과 인건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급한 불은 껐지만 마구 풀려나간 돈이 세계적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무서운 중국발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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