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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7 18:45 수정 : 2007.10.07 18:4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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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이름이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확정됐다. 한 달 동안 일반인 공모와 이름 전문가의 조언을 거쳐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은 이름이다. 이름만으론 무엇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다. 이곳엔 월성원전뿐 아니라 전국의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이 모인다. 단지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방사능이 자연상태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수백년간 보관하는 최종 처분장이다. 19년 동안의 갈등 끝에 짓는 국가시설인데도, 녹색 외투 밑에 무언가 구린 것을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이런 ‘녹색 세탁’은 널렸다. 전국의 쓰레기소각장이 ‘자원회수시설’로 바뀐 지는 꽤 됐다. 쓰레기를 태워 얻은 폐열을 활용하니 자원회수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질 아닌 곁가지일 뿐이다. 오히려 인근 주민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잔꾀가 엿보인다. 경기도 시흥시의 하수종말처리장은 지난해 이름을 ‘시흥맑은물관리센터’로 바꿨다. 하수처리과에 속해 있지 않았다면 상수도 시설로 오인할 뻔했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에서 청소와 녹지관리를 담당하는 도로환경관리센터란 오래된 이름마저 낯설 지경이다.

공공시설인데도 혐오시설이라고 극력 반대하는 주민이 야속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공기관은 주민들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더라도 알 사람은 다 안다. 오히려 무언가 감추려는 듯한 인상을 줘 신뢰만 갉아먹힌다. 있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다.

선진국 방폐장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일본 롯카쇼무라 저레벨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 스웨덴 포르스마르크 방사성운영폐기물최종처분장, 영국 드리그 저준위폐기물처분시설, 프랑스 로브 폐기물처분시설. 우리만큼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지만, 이름은 장소와 하는 일만 가리킬 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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