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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2 18:58 수정 : 2007.11.23 01:03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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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오롯한 것일 테지만, 그것 하나 제대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진실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그 불편한 사람들이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진실 블록’은 형체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조립되기도 한다. 힘은 정보와 돈과 권력에서 나온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전세계 전자우편·전화·팩스를 감청할 수 있는 ‘에셜론’이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캐나다 등 네 나라 정부와 협정을 맺어, 120개 위성으로 하루 30억건의 통신을 감청한다. ‘딕셔너리’라는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로 단어와 단어의 관계까지 걸러낸다. 또 정보안보국은 웬만한 암호는 쉽게 풀 수 있다. 미국은 이를 통해 각국 정권의 은밀한 정보까지 쥐고서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힘 앞에서 진실은 얼마든지 굴절되고 통제된다. 1954년 영국에서 개봉된 조지 오웰 원작 애니메이션 <동물농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은밀하게 돈을 대 제작됐다. 원작의 마지막 부분을 고쳐 돼지들을 거짓말을 일삼고 부패한 공산주의자로 묘사했다. 이 영화는 훌륭한 반공 선전의 도구로 활용됐다.

언론은 힘있는 자에게 진실의 칼을 들이대기도 하지만, 진실을 ‘성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1800년대 말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대위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권은 언론을 활용해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프랑스 양심들은 본질과 관련 없는 그 사실 하나로 눈을 감았다.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기고하기 전까지, 한 개인의 삶과 진실은 10여년 동안 무참히 파괴됐다. 돈과 언론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포위된 ‘삼성-이명박’ 진실은 드러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도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그건 아직 망상일까?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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