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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9 18:02 수정 : 2007.11.29 23:11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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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케팅 이론 가운데 ‘정치의 삼각형 구조’라는 것이 있다. 정당·쟁점·지도자 세 가지의 상호작용으로 부동층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 면만 보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보고 잘못 판단을 내린다. 일종의 블라인드 스팟(사고의 맹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당시 조지 부시가 존 케리를 누르고 재선되자 영국 <데일리 미러>는 표지에 ‘선거 재앙’이란 부제와 함께 “5905만4087명의 사람이 어찌 그렇게 바보 같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달았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과 경제 실정에도 불구하고 부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설득력도 없고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지금 국내 상황이 비슷하다. 통합신당 쪽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어떻게 지지율 1위를 고수할 수 있느냐’며,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결정판은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근태 의원이다. “국민 60%가 김경준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우리 국민들이 노망 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자기 회사 제품을 안 산다고 고객들이 멍청한 바보라고 떠들어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었다. 사실은 국민이 멍청한 게 아니라 정치인 자신이 멍청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자. 이명박 후보가 의혹투성이의 형편없는 후보라면 그런 후보도 못 이기는 통합신당 후보는 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통합신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다. 어리석은 국민 때문에 당 지지율이 낮다고 하는 정치인이야말로 노망 든 사람이 아닐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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