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2 18:51
수정 : 2007.12.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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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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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베트남전쟁 때 호찌민군의 보급품을 실어 나른 주역은 자전거였다. 융단폭격으로 구멍난 밀림 속을 신속하고 조용히 이동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식량과 탄약, 그리고 분해한 대포까지 실어 날랐다. 하지만 혁명의 시기가 끝나고 경제성장을 하면서 자전거는 자동차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선진국과 반대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자전거가 인기다. 그렇지만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낸 ‘자전거 문화 정착’ 연구보고서를 보면, 절반 가까운 이용자는 이동이 아니라 ‘레저’를 위해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되지 않는 데는 정부의 자동차 위주 교통정책 탓이 크지만, 자전거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도 기여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한다.
흔히 자전거는 위험하다고 한다. 분명 자동차보다 취약하고 교통안전시설도 부족하다. 그러나 2005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사망자 6376명 가운데 자전거 이용자는 46명으로 0.7%에 불과했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리 위험한 교통수단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사고율도 낮다.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는 오해도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를 보면, 창문을 닫은 자동차 안의 오염도가 훨씬 높다. 배기가스가 없는 지하철의 대기오염이 심한 것도 오로지 환기부족 탓이다.
자전거는 피곤한 교통수단이란 평가도 있다.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면 낭패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추운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에서도 자전거 이용은 활발하다. 또 비가 오면 자동차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울기가 가파른 곳에서 자전거가 불편하긴 하다. 그러나 자전거용 리프트 등 외국의 대안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요컨대 자전거를 정식 교통수단으로 대접해 대책을 세운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단점들이다. 상주, 진해, 나주 같은 자전거 도시들이 그걸 말해 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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