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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18:46 수정 : 2007.12.12 18:46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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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는 정치적 능력과 자질을 떠나 특권층으로 비치는 후보가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얼마나 부자인지, 출신 계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후보들은 가장 먼저 서민층 이미지 만들기에 나선다. 심지어 일부러 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가난한 구멍가겟집 딸’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도 항상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시장을 지낸 부유한 상인이었으며, 대처 자신도 결혼 이후 줄곧 상류층에 속해 있었다. 부유층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조차 런던 방문에 앞서 “텍사스주 미들랜드에 살 때는 버킹엄궁에 머물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평범한 시골 출신인 듯한 인상을 풍기려 했다. 이런 쪽에 탁월한 정치인은 빌 클린턴이었다. 아버지는 일찍이 교통사고로 숨졌고, 어머니는 다섯번이나 결혼했다. 양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클린턴은 이런 사실을 텔레비전 프로에서 담담하게 얘기했다. 이는 서민들에게 동류 의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을 겨냥한다. 하지만 그에게선 서민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깔끔한 외모에 부유층 같은 냄새마저 풍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가진 사람들의 논리를 대변한다. 재산도 수백억원이다. 그런데도 서민적 이미지에 가깝다. 압권은 텔레비전 광고 ‘못난 이명박’이다. 잘난 것 하나 없지만 서민들과 똑같이 고생했다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미지는 선거전략의 결과일 뿐 실제와는 상관이 없다. 이 후보 역시 광고처럼 ‘거친’ 손이 아니라 하얀 손을 가졌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가 하류층 또는 빈민가 출신이라는 감언이설로 무장한 부유층 정치인들이 가득하다. 부자들의 가짜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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