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6 18:26
수정 : 2007.12.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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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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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지난 13일 발리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작은 모임을 열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상에 관한 행사였다. 부끄러운 일일 텐데, 정부가 나서서 피해의 심각성을 외국 사람들한테 알리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연재해가 잦은 곳이라는 선입견에 스쳐 보냈던 피해의 실상은 놀라웠다. 지난달 15일 시속 240㎞의 폭풍을 동반한 사이클론이 남서해안을 덮쳤다. ‘미니 쓰나미’로 불리는 이 재해로 3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완전히 부서진 집만 100만채가 넘었다. 회의장에 세워놓은 사진패널에는 흔적 없이 사라진 집터에서 넋을 잃은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올 들어 두번의 홍수와 한번의 가뭄 끝에 찾아온 재앙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환경산림부 직원은 “1970년 사이클론 때는 50만명이 죽었다”며 “이번에 만조와 폭풍이 겹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협상에서 이 나라 대표 암자드 압둘라는 최빈국 그룹을 대변한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았으면서도 피해는 가장 심하게 맨 앞줄에서 보는 사람들이다.
방글라데시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240㎏이다. 미국인은 단위가 다른 21t을 내보낸다. 10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러면서도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강하고 잦아지는 폭풍과 홍수, 그리고 가뭄에 호되게 시달린다. 국토의 80%가 히말라야에서 눈 녹은 물을 흘려보내는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 지류인 범람원에 위치한 탓이다. 해수위가 1.5m만 상승해도 3천만명이 환경난민으로 떠돌게 된다. 이미 소금기가 지하수로 침투해 농토를 버리는 농민들이 수없이 많다.
게다가 온난화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녹여 이제껏 안전하던 산악지역에 홍수를 불러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방글라데시 사람은 이제 갈 데가 없다. 기후문제에 정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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