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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0 18:21 수정 : 2007.12.20 18:21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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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블로흐는 <희망의 원리>란 책에서 인간이 품는 희망의 작동 기제를 배고픔에서 찾았다. 그것의 연원을, 무의식이나 성적인 충동, 콤플렉스 따위로 해석한 프로이트나 융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결했다. “그들은 있는 자들이었고, 그들이 자살하려는 가난한 이의 결핍과 희망 없음의 내면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나?”였다.

이미 너무 많은 걸 가진 한국 최상위 부유층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왔다. 그리고 그는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안 돼 운동장 펌프물로 허기를 달래며 자랐고, 인력시장에서 막노동으로 학비를 벌었다고 했다. 많은 서민들은 비슷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의 말에 동류의식까지 느꼈다. 그가 “어려우시죠? 제가 살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이미 승부는 무의미해 보였다. 한 나라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도덕성은 그 말 한마디에 묻혀 버리고, 대신 ‘리더십’이 유권자의 머리에 남았다. 게리 매킨토시는 <리더십의 그림자>란 책에서 “리더십은 골치 아픈 일을 시원스럽게 끌고가는 능력이 아니라 옳은 가치관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을 보여주는 것,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서민들의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을 어떻게 달래줄지 지켜볼 일이지만, 그 답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경제 위기’라지만 수출은 계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단한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 이면엔 비정규직 양산,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빼앗기, 납품단가 인하 같은 편법과 불공정이 있다. 그럼에도 공약은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으로 바꾸겠다는 식이다. 더 큰 성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지만, 이미 양극화한 경제시스템 아래 ‘경제 온기’의 순환구조가 깨진 지 오래다. 배고픈 서민들만 더욱 조여오는 ‘약육강식’을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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