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6 18:47
수정 : 2007.12.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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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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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대학 교육이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원 조달 없이 대학이 발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시이오형 총장의 원조는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일 것이다. 그는 1990년대 4년여 재임하며 1500억원의 대학 발전기금을 끌어모았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도 학자라기보다는 경영자에 가까운 총장이다. 재계 인맥을 이용해 4년 재임 동안 무려 4천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했다. 이에 질세라 서강대는 2005년 손병두 총장을 영입했다. 그는 대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출신이며, 기업가형 총장의 전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도 대표적인 경영자형 총장으로 불린다. 그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1천억원의 기금을 모으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학교 증개축 등 복잡한 행정업무 처리도 무난히 처리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면모를 살핀다면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다른 경영자형 총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송자 전 총장이나 어윤대 전 총장 등이 끊임없는 내부 갈등과 대립에 시달리다 총장직을 물러난 데 반해 이 총장은 별다른 내부 불만 없이 총장직을 네 차례나 연임했고, 14년째 장수 총장을 누리고 있다. 비결은 경영 능력이라기보다는 특유의 소탈함과 성실함 덕분이다. 학생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는 물론이고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몸 낮추기를 마다지 않는다. 경영자형이라기보다는 인화형 총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어느 쪽을 중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잘못하면 얼굴 마담만 하다가 물러날 수도 있다. 위원장을 제외한 주요 보직에 측근 정치인들 이름만 거론되는 판이라 그런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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