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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2 18:44 수정 : 2008.01.02 19:01

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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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버네이즈는 ‘정보조작(spin)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설적인 홍보전문가다. 그는 1928년부터 8년 동안 미국의 담배회사 아메리칸 토바코를 위해 일했다.

당시 담배회사들은 여성 시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었다. 버네이즈가 여성 흡연 촉진을 위해 처음 한 일은 ‘달콤한 과자 반대 캠페인’이었다. 마른 몸매를 찬양하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과식과 비만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과자 대신 식후 담배 한 개비가 좋다는 유명 인사들의 충고가 각종 매체에 잇따라 실렸다. “흡연이 입안을 살균한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대부분 버네이즈가 기부금이나 수고료를 주고 끌어들인 사람들이었다.

1929년에는 ‘자유의 횃불 행진’을 벌였다. “남성성과 동일시되는 담배는 여성들에게 자유의 횃불이 된다”는 심리분석 학자의 조언에서 착안한 이 행진은, 여성들이 집안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피우도록 하고자 기획됐다. 버네이즈는 부활절 일요일에 교회와 성당이 늘어선 뉴욕 맨해튼 5번가를 젊은 여성 30명이 담배를 피우며 행진하도록 했다. 이 모습은 전국 각 신문의 1면에 실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버네이즈는 자신의 여비서와 유명 여성 인사를 앞세우고, 자신과 의뢰인은 철저히 숨겼다. 이 행진은 가장 효과적으로 흡연을 유행시킨 캠페인으로 꼽힌다.

한참 뒤인 1964년, 버네이즈는 흡연을 ‘반사회적인 행위’로 비난하는 대규모 금연 캠페인 계획을 발표했다. 담배의 방송 광고를 금지하는 데도 참여했다. 흡연의 위험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이 발표된 뒤였다. 그는 이미 흡연 캠페인을 이끌던 1930년대부터 골초인 아내가 담배를 끊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그 자신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다.

새해 첫날의 금연 결심이 오늘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 게다. 그만큼 담배의 유혹이 큰 탓이다. 하지만 그런 유혹도 조작된 것일 수 있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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