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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3 18:53 수정 : 2008.01.13 20:3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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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 예수가 40일 단식을 한 곳, 그리고 무함마드(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은 모두 사막이다. 사막은 믿음을 시험받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곳이다. 그곳은 메마르고 삭막한 죽음의 땅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의 물결무늬와 모래언덕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이나 미국의 데스밸리, 또는 중국 고비사막까지 갈 필요는 없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도 사막이 있다.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닷모래가 파도와 바람에 실려 해변에 쌓이는 역동적인 과정과 극한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의 생존투쟁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작은 사막이다.

여기서 바다의 모래는 산으로 흐른다. 그 원동력은 센 바람이다. 신두리해안은 북서계절풍을 정면으로 받는다. 완만한 해저는 파도를 일찍 부서뜨려 먼바다의 모래를 해변으로 옮겨온다. 해변의 모래는 겨울 동안 바람에 실려 안쪽으로 옮겨가며 ‘전 사구’ ‘2차 사구’를 형성하다 배후산지에 가로막혀 주저앉는다. 연간 모래 이동량은 1만5천여t에 이른다.

길이 3.4㎞, 폭 200m~1.3㎞로 해변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진 사구의 독특한 경관 속에는 모래지치, 통보리사초, 표범장지뱀, 개미지옥 같은 동식물이 산다. 강한 바람과 따가운 햇빛, 염분, 물부족, 빠른 지형변화 등 거친 환경에 적응하는 것들만 살아남는다.

해안사구 안쪽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두웅습지가 있다. 모래 위에 생긴 호수다. 땅속에서 지하수층이 바닷물과 맞서는 곳이라 물이 마르지 않는다.

콘크리트 시설을 하면 해변이 망가지지만 움직이는 사구는 해안을 지켜준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해안개발로 사구는 힘을 잃고 있다. 이번엔 원유유출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행히 해변 모래만 손상됐을 뿐 사구 자체는 무사했다. 온전한 복원을 기대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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