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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7 19:59 수정 : 2008.01.17 19:59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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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며칠 전 지멘스, 휼렛패커드에 이어 같은 업종의 기업으로는 세계 세번째로 연매출 1천억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2006년 연매출 1천억달러를 처음 넘은 지멘스는 비자금 부분에서도 삼성을 앞서갔다. 2006년 말 한 지멘스 직원의 충격적인 내부고발이 독일 검찰에 들어왔다. 지멘스가 오스트리아 은행 비밀계좌 등에 막대한 비자금을 넣어놓고, 각국 정치권 로비 등에 쓰고 있다는 제보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검찰은 세무당국, 경찰과 공조해 1년여 추적한 끝에 이 사실을 모두 밝혀냈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4월,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지멘스 최고경영자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적당히 넘어가는 것으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독일의 잭 웰치라고 추앙받던 그는, 변명 없이 “너무나 수치스럽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후임 최고경영자는 “순간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지 말자”며 투명성 회복을 제1 경영원리로 내세웠다. 시장은 화답했고, 지멘스의 주가는 검찰 수사 기간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건희 회장은 일본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과 함께 ‘경영’을 ‘예술’로 보는 경영자다. 예술을 단지 돈 잘 벌게 하는 손재주로만 이해한 게 아니라면 와 닿는 말이다. 조정래의 우화적 단편 <어떤 솔거의 죽음>에서 화가는 흐린 날 일출 장면을 그리라는 스승의 말에 백지를 내고 만다. 화가는 멋진 일출 장면을 그려온 동료를 제치고 후계자가 된다. 스승이 원한 것은 진실마저 그려낼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이 아니라, 진실을 숨기지 않는 예술가의 품성이었던 것이다. “모든 면에서 진짜 나아지도록 창조하는 것이 예술 경영”이라고 말한 마쓰시타 회장의 말처럼, 언젠가는 삼성의 ‘진짜 예술’을 보고 싶다. 삼성은 아직, 증거 인멸에 바쁘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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