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7 20:59
수정 : 2008.01.27 20:59
|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유레카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은 1925년부터 함경남도 용흥강 하구에서 잡은 빙어의 알을 내륙 저수지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제천 의림지를 비롯해 임실 옥정호, 양구 파로호 등에 정착한 이 물고기는 어느덧 겨울의 한 상징이 됐다. 낚시꾼들에게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의 손맛을, 어민들에게는 쏠쏠한 부수입을 안겨 주었다. 1980년대부터 사람들은 앞다퉈 빙어를 풀어놓으면서 이제 제주도를 뺀 전국의 웬만한 저수지나 호수에서 빙어가 산다.
사람의 힘을 빌렸지만, 이런 점에서 빙어는 최근 들어 가장 ‘성공한’ 민물고기다. 빙어는 작고 가냘프다. 육식 어종의 만만한 먹잇감이다. 하지만 이 물고기는 여름 동안엔 다른 물고기들이 꺼리는 깊고 찬 호수 바닥에 머물다가 모두 겨울잠에 빠진 뒤에야 호수 위에 나타난다. 생태계의 빈 공간을 차지하는 기가 막힌 전략이다. 게다가 얼음까지 덮이면 새들의 공격까지 효과적으로 차단된다. 이름처럼 찬물을 좋아하는 빙어는 빙하시대 물고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연어나 송어처럼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달린 기름지느러미가 그 증거다.
빙어는 애초 바닷물고기다. 지금도 동해 북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다. 알을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가 낳을 뿐이다. 내륙에선 깊은 호수를 바다 삼아 산다.
흔히 1년생으로 알려져 있는데, 1년이면 다 자라지만 3년까지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날씨 추운 강원도가 빙어의 주산지라는 것도 오해다. 지난해 전국에서 잡힌 빙어 222t 가운데 경북에서 150t을 생산했다. 강원도는 겨우 2t을 기록했다. 2005년 324t으로 전국 최고였던 데서 급락했다. 흙탕물과 수위 하락 피해가 난 소양호와 파로호 탓이다. 빙어의 메카는 이제 경북 안동호와 문경 경천댐이다. 경북도는 빙어의 인공증식에 가장 열심이다. 이젠 경북에서 ‘빙어축제’를 해야 할 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