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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0 20:36 수정 : 2008.02.10 20:3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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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와트는 증기엔진의 성능을 표시할 방법을 고민하다 ‘마력’이란 단위를 만들었다. 당시 탄광에서 석탄을 실어내던 말의 힘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1마력은 745W이다. 사람이 약 1백W의 동력을 내니까 사람 7명의 힘을 내는 셈이다.

우리는 원시인보다 볼품없는 근육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보다 엄청난 힘을 낸다.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중국 황제나 이집트 파라오가 동원할 수 있었던 노예 수천명을 합쳐도 요즘 불도저 한 대의 동력에 지나지 않는다.

17세기 증기엔진이 발명되면서 가축이나 노예의 힘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한 동력을 얻게 됐다. 증기엔진의 에너지효율도 처음에는 1%에 그쳤지만 1800년대엔 5%, 1900년대엔 30%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석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이 등장했고 전기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레닌이 “공산주의란 소비에트에 전기를 더한 것”이란 말을 남긴 것도 이즈음이었다.

요즘 소형 승용차라도 출력은 대개 1백 마력이 넘는다. 현대인은 검소한 이동에도 말 1백 마리 또는 노예 7백명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난방, 이동, 취사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에너지를 모두 계산해 보면, 우리는 조금도 지치지 않고 24시간 일하는 수십명의 ‘에너지 노예’를 부리는 것과 같다. 미국인은 100명의 에너지 노예를 쓴다는 계산 결과도 있다.

세계에는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16억명이나 있다. 연료로 나뭇가지나 말린 가축 배설물에 의존하는 사람도 25억명에 이른다. 식기세척기 한 대가 1년 동안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에티오피아인 3명이 평생 내보내는 양과 비슷하다. 에너지 불평등의 골은 깊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름엔 긴소매를, 겨울엔 반소매를 입고 사는 에너지 낭비 습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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