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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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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예전 대통령 취임식장 엠블럼(문장)은 거의 예외 없이 봉황이었다. 특별한 의미보다는, 왕조시대 군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문양을 이어받은 것뿐이다. 이런 전통이 바뀐 것은 16대 대통령 취임식이었다. 취임식준비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선포한 참여정부에 어울리는 신문고를 엠블럼으로 사용했다. 봉황 문양의 권위 대신,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신문고로 표현한 것이다.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의 엠블럼은 태평고다. 전통악기인 태평소와 북을 모티브로 태극 문양을 결합시켜 재구성한 것이다. 태평소와 북의 높고 웅장한 울림처럼, 우리의 국운이 창성하고 미래로 세계로 뻗어나가 달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나라가 태평하고(국민화합) 해마다 풍년이 든다(경제성장)는 내용의 이 대통령 신년화두인 ‘시화연풍’과 뜻이 닿아 있다.
새납이란 이름으로 통일된 태평소는 음색이 강하고 높은 악기다. 그 음색 때문에 날라리라고도 하며, 주로 풍물에서 길을 열거나 군부대에서 행진할 때 많이 이용했다. 그 뜻이야 소리로 세상을 두루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지만, 본시 마음을 들뜨게 하고 감정을 고양시키는, 선동성이 강하다. 그래서 군대 행진이나 싸움에서 독전, 혹은 판굿이나 무속에서 많이 이용된다. 6·25 때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면서 이용한 악기가 날라리와 꽹가리였다. 북한은 고음의 날카로운 소리를 부드럽고 음역이 넓은 장새납으로 개량해 이용한다. 북은 풍물에 쓰이는 것과 판소리에서 쓰이는 북(소리북)이 따로 있지만, 보통 풍물북을 뜻한다. 풍물악기 가운데 소리가 가장 힘차고 웅장하다. 역시 감정을 고취시키고 힘을 돋우는 데 많이 이용된다. 두 악기는 안정보다는 약동을, 평화보다는 진군을, 성찰보다는 도전의 정서를 표현한다. 그래서 듣다보면 피로해지기 쉽다.
인수위 피로감에 이어 ‘이명박 피로감’ 이야기가 나돈다. 장새납의 지혜를 빌리면 좋겠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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