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5 19:10
수정 : 2008.03.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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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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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인류가 물물교환 단계를 넘어서면서 다양한 화폐가 통용됐다. 돌·조개껍데기·모피·옷감·소금 등 물품화폐가 먼저 등장했다. 유럽에서는 특이하게 소가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영어에서 ‘금전적’이라는 뜻의 피큐니어리(pecuniary)는 라틴어로 황소를 뜻하는 페쿠스(pecus)에서 나왔다.
근대에 많이 쓰인 물품화폐는 담배였다. 17세기 미국 동부는 영국의 엄격한 파운드화 관리 정책으로 심각한 화폐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 때문에 담배가 화폐를 대신했다. 버지니아주 성직자의 연봉이 담배 7300㎏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담배 공급량에 따라 화폐 가치가 들쭉날쭉해지면서 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일이 자주 빚어졌다.
금·은·구리·철 등 금속화폐가 동전으로 발전하면서 화폐는 운명적으로 인플레이션이란 난제와 마주치게 된다. 특히 권력자들은 돈이 부족할 때마다 금속화폐의 함유량을 조금씩 줄이는 방식으로 명목가치를 부풀렸다. 결과는 항상 물가상승으로 나타났다.
현대 들어서는 권력자들이 자국 화폐 가치를 하락시켜 경제를 살리려는 환율 정책의 유혹을 자주 받는다. 그러나 이는 화폐 남발로 비롯되는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위안화 저평가 정책으로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남아와 중동 국가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두바이도 물가 상승 압박으로 고정환율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난데없이 고정환율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은행은 원화 강세를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 정책을 맡아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겠다는 뜻일 게다. 정말 궁금하다. 인위적인 환율 정책이 외환위기를 불렀다는 사실을 그새 잊은 걸까? 아니면 자신이 그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싶은 걸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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