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9 22:17
수정 : 2008.03.0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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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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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독일에 풍부한 석탄으로 석유를 만드는 ‘인조 석유’ 제조 기술이 큰 몫을 했다. 독일은 공군기 연료의 92%, 전체 석유의 절반 이상을 인조 석유로 충당했다. 1944년 절정기에는 25개 공장에서 하루에 650만t을 생산하기도 했다. 일제와 인종 차별로 석유 금수를 당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똑같은 기술을 활용했다.
석탄으로 석유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이미 1920년대부터 독일에서 개발된 ‘피셔-트롭슈 공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석탄의 탄소와 공기 속 산소를 결합해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일산화탄소에 수소를 넣어 반응시키면 탄화수소, 곧 석유류가 만들어진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이 기술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에서 산소 하나를 떼어 내 일산화탄소(CO)로 만들면 인조 석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자동차 배기가스 속 이산화탄소를 모아 자동차 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만들려면 무려 2400도로 가열해야 하는 등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를 쪼개려고 화석연료를 태운다면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최근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접시형 반사판으로 햇빛을 한 점에 모아 고온 상태를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직 실험실 수준이고 해결할 기술 과제가 많지만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눈길을 끈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이 기후변화의 근본 대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화석연료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이고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도 연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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