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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19:39 수정 : 2008.03.19 19:39

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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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성왕들이 천하를 다스릴 때는 항상 무엇보다도 먼저 공정함을 앞세웠다. 공정해지면 천하가 평화로워지니, 평화는 공정함에서 얻어진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다. 음양의 조화는 한 종류만을 잘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때에 맞게 내리는 서리와 비는 한 사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만민의 주인은 한 사람만을 위하지 않는다.”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면 새삼 <여씨춘추> 귀공(貴公)편에 나오는 이 글이 생각난다. 이 대통령은 16일 “취임한 지 오늘이 딱 20일이 되는 날인데, 국민도 언론도 한 6개월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정권과 언론 사이 밀월 기간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이 말을 했을 듯하지만, 국민이나 언론 편에서 보자면 취임 20일밖에 안 된 정권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된 정권으로 여겨질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된다.

국민이 겨우 20일 만에 그토록 피로감을 느끼고 세상을 시끄럽게 여기게 된 큰 이유는 이 대통령의 통치가 공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통치의 첫 시험대인 인사에선 지역편중 논란과 함께 1% 부자를 위한 내각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업에 대해선 한없이 ‘프렌들리’하면서도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노동자들에겐 법질서를 운위하며 을러대고 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에선 친형을 공천하는 등 자파 세력 넓히기에 주력했고, 자신의 최측근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런 행보는 공공적 가치의 담지자여야 할 최고 지도자의 처신이 아니라 사익 추구자의 모습이다. 중국 최초의 자전 <설문해자>는 한비자의 사례를 들며 공(公)을 평분(平分)으로 사(私)를 간사(奸邪)로 해석했다. 이미 전국시대 말기부터 공과 사는 도의적 개념을 지녔던 것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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