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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3 18:30 수정 : 2008.03.23 18:3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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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촉촉이 젖은 낙엽 사이로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바람꽃은 복수초·노루귀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생화이다. 칙칙하게 쌓인 낙엽 사이로 점점이 하얗게 피어난 모습이 눈부시다. 요즘 부쩍 늘어난 꽃 사진이나 꽃 산행 동호인의 발길이 이맘때면 천마산으로, 내장산으로 바빠진다.

우리나라에 10여종이 있는 바람꽃은 추운 곳을 좋아해 높은 산에 주로 난다. 꽃샘추위로 내린 눈을 비집고 피어 달력의 첫 장을 장식하기도 한다. 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땅에 깔릴 듯 키가 작고 가냘프지만, 꿩의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처럼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큰 꽃을 매달기도 한다. 하지만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바람꽃들에게는 독이 있다. 이른 봄 허기진 야생동물을 피하려는 생존수단이다.

바람꽃은 저마다 정겨운 이름을 지니고 있다. 아네모네 속에는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세바람꽃, 숲바람꽃 등이 포함된다. 아네모네는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네모스에서 유래했다. 바람신과 사귀는 처녀를 시기한 꽃의 신이 그 처녀를 바람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신화가 있다. 그래선지 이 꽃들은 늘 산골짜기 바람맞이에 핀다.

전북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특산종인 변산바람꽃은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 등에서도 볼 수 있다. 높은 산 계곡에 드물게 나는 만주바람꽃은 미색의 꽃이 특이하고, 너도바람꽃이 있다면 나도바람꽃도 있다. 참나무 종류엔 열 가지가 넘는 나무가 있어도 정작 ‘참나무’란 식물은 없고, 마찬가지로 ‘들국화’도 없다. 하지만 바람꽃 종류엔 바람꽃이 있다. 설악산 등 높은 산에 나는 바람꽃은 다른 바람꽃과 달리 제법 크고 한여름에 꽃이 핀다.

높은 산 야생화는 이른 봄 다른 식물들이 미처 잠을 깨기도 전에 씨앗을 맺고 활동을 마친다. 그 기간이 덧없이 짧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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