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4 20:20
수정 : 2008.03.2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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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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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임금의 탕제에 쓰이는 물이었으니 얼마나 특별했을까. 담당 관리까지 두어 매일 길어오도록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허균이 한의사 견습시절 떠왔다는 그런 깊은 계곡물은 아니었다. 관리가 새벽마다 가는 곳은 서울 한남동쪽 한강. 그는 나룻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나아가, 두레박을 던져 강속 깊은 곳에서 길어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공짜로 줘도 마시지 않을 물이지만 그때는 한중수라는 이름까지 얻을 정도로 특별했다. 물 브랜드로는 세계 최고였을 터. 장안의 부자들도 다른 물보다 두세 배 비싼 이 물을 애용했다.
한중수 명성의 비밀은 우통수에 있다. 오대산의 서쪽 해발 1200m 지점에서 솟는 샘물이다. 지금은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에 내줬지만, 조선조의 <동국여지승람>이나 <택리지>는 우통수를 한강의 근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문인 권근은 “빛과 물이 다른 물보다 좋은 뿐 아니라 멀리까지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중수의 비밀을 전했다. 또 김시습은 “우통수 흐르는 물에 기운이 맑고 서늘하다”고, 허균은 “달인 차로 소갈증을 낫게 하고 싶지만, 어찌 우통의 으뜸가는 샘물 얻으랴”고 그 덕을 찬양했다.
이제 그 명성은 전설이 되었다. 거기서 자라는 물고기조차 먹지 못하게 되었으니, 마시는 건 꿈도 못 꾼다. 물론 서울의 인구 팽창과 산업시설 밀집으로 말미암아 오염물질이 쏟아져 나온 결과이겠지만, 상류에 각종 다목적댐이 들어서고, 곳곳에 수중보까지 설치하면서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서울시는 수도사업 시작 100년을 맞아 요즘 아리수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고구려 때 한강의 이름인 아리수를 상표로 삼은 서울 수돗물 알리기 행사다. 그런데 지금이 한가하게 아리수 홍보나 하고 있을 때일까. 한반도 대운하 공사가 시작되면, 아리수는 수돗물 원수로도 쓸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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