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27 19:46
수정 : 2008.03.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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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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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1937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초빙교수로 가 있을 때 열대 밀림 속의 원시부족 마을 탐험을 계획한다. 인류학과 사회학을 넘나들던 그의 관심분야에서 더없이 좋은 연구 소재였다. 밀림 깊숙이 살고 있던 네 부족을 도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한 마을엔 식인 부족이 살고 있었다. 부족장이 죽었을 때도, 적장을 죽였을 때도 마을 사람들은 어김없이 몰려들어 살점을 서로 떼어갔다. 문명의 눈으로 보면 분명 미개하고 야만스러운 행위였지만, 부족 사람들에겐 주술적인 의미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족 사람들은 존경하던 이의 살을 먹으면 그 덕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며, 적장의 살은 적의 살기를 중화시킨다고 믿었다.
그가 본 것도 또다른 문명인의 시각일 뿐이라는 학자적 양심 때문이었을까?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인들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려 했던 이 밀림 이야기를 20년 동안 묻어두었다. 1955년 출판을 결심했을 때 서문에 (대상을 왜곡하는) 여행과 탐험가만큼이나 참 싫은 일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책 이름도 <슬픈 열대>로 지었다. 그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그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비교와 경쟁의 세상이다. 그 메커니즘은 미개하고 잔인하다. 이긴 자는 국물까지 남김없이 가져가는 ‘승자 독식’(The Winner-Take-All)을 누린다. 적게 가진 이들도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까지 잃을까 두려워 1등만 살아남는 그 무모한 게임에 앞다퉈 뛰어든다.
새 정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노골적으로 그 ‘게임의 법칙’을 주입하려 한다. 다른 가치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적 생태계는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교육, 정치, 환경 어디를 봐도 행복한 2등 자리는 없다. 법칙엔 우월과 비참만 있을 뿐이다. ‘슬픈 현대’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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