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02 18:34 수정 : 2008.04.02 18:34

정영무 논설위원

유레카

인천공항 기업인 전용 귀빈실이 엊그제 문을 열었다.

“공항에서도 기업인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로 2층 여객터미널 중앙에 3개의 방과 오픈라운지가 꾸며졌다. 전용 출입국심사대에서 몇 분만에 수속을 마쳐 30분 전에 도착해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귀빈실을 이용할 기업인은 수출과 고용실적이 우수한 1000명이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물의를 일으켰거나 탈세를 한 사람은 뺐다. 그러다 보니 정작 출장이 잦은 재벌 총수들은 적지 않게 제외됐다. 선발 과정에서 물밑 로비전도 벌어졌다고 한다. 반대로 드물긴 하지만 귀빈실을 사양한 존경스러운 기업인도 있었다고 한다.

인천공항 원래의 귀빈실은 3층에 있으며, 전·현직 대통령과 장관급 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헌법재판소장, 주한 외국공관장, 국제기구 대표, 경제5단체장 같은 제한된 인사들만 이용해왔다. 대통령이 이용하는 소나무실 등 7개의 방이 있는 귀빈실의 으뜸 단골은 국회의원들로 이용객의 70%를 차지한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당시만 해도 국회의원들은 제외됐고, 대신 유료 라운지를 따로 이용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끈질긴 압력에 못 이겨 결국 대상에 포함시켰다. 외국은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귀빈실은 거의 없고 주로 항공사에서 유료로 서비스를 한다. 그래서 시간 절약이나 예우도 좋지만 특혜에 가까우며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따른다.

귀빈실 이용은 옛날로 치면 가마를 타는 격이다. 누군가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마를 메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가마꾼의 아픔’(견여탄 肩輿歎)이란 시에서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고 가마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라고 썼다. 약자를 향한 다산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고위 공직자와 새로이 귀빈실을 이용하는 기업인들이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구절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