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7 22:05
수정 : 2008.04.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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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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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서민의 투표 성향은 불가사의다.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때론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후보나 정당을 선택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지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집필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노동자·서민이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동일시하고픈 후보를 선택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도, ‘생각의 틀’(프레임)에 맞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참여정부 내내 코드 인사, 이념 정권, 세금폭탄, 사회 혼란, 잃어버린 10년, 경제 파탄이라는 공세를 퍼부었고, 유권자에게 경제살리기 프레임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이런 비판과 규정의 잘못을 아무리 지적하고 설명해도 유권자는 마이동풍이었다. 도덕성, 공공성, 형평성 등의 가치도 설 자리를 잃었다.
지금도 경제살리기 프레임의 위력은 여전해 보인다. 부동산 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세금을 줄이면 자본가와 부유층의 주머니만 불릴 뿐 서민 복지예산은 준다. 민영의보를 도입하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서민들의 의료서비스는 추락한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입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기, 감세와 의료산업 시장화, 입시정책 확대 추진 세력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프레임 이론이 현실을 완전히 설명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계급적 이해를 철저하게 관철하는 자본가 등 지배세력,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고학력 중산층이 그들이다. 따라서 허위의식의 문제도 함께 지적돼야 제대로 현실을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허위의식이란 자신의 존재기반인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하지 못하는 사고의 틀. 이들은 억압받고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대개 자신이 세상을 움직이거나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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